저는 진주냉면을 좋아합니다. 원래 진주냉면이 원지도 몰랐는데요, 비빔냉면을 워낙에 좋아했는데 육전이 올라간 냉면이란 게 있더라고요. 제가 전을 좋아하지 않고 튀긴 것도 안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육전이란 걸 알게 된 건 티브이에서 자주 봐서 알긴 했었는데 국수 위에 올라간 거 먹게 된 곳은 제가 사랑해마지않는 북촌의 깡통 만두 음식점이었습니다. 만두전문점인데 비빔국수가 훨씬 맛있는 곳입니다. 거기는 면을 칼국수처럼 두꺼운 면이라 면은 제 스타일은 아닌데 면의 양념도 너무 달지 않고 맵지 않아서 저자극이라 괜찮은데 위에다가 열무를 올리고 육전을 쌓아주십니다. 사실 그 양이 많아서 그것만 먹어도 배부르다 맛있다 할 정도입니다. 전 거기서 비빔국수를 완식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양이 많습니다. 서울에도 지점이 있다고 해서 올림픽공원 쪽에 먹으러 갔는데 거기는 진짜 입에 착 달라붙는 게 엄청 자극적인 맛이었는데 육전은 깡통 만두보다는 적어서 서운했습니다. 그러다 어쩌다가 진주를 지나칠 일이 있었는데 진주냉면의 본고장이라는데 육전 냉면 꼭 먹어 봐야지 하고 하연옥 본점으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진주냉면 원조라고 불리는 하연옥은 진짜 원조가 맞을까요? 늘 원조 논란이 있는데 사람들마다 말이 다르니깐 헷갈렸습니다. 사실 원래 진주냉면의 원조라 알려진 집은 1945년 부산 식육식당으로 개업해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부산 냉면이라는 상호를 썼으며 90년대 말까지도 판매하던 냉면은 지금의 형태가 아닌 부산의 원조였다는 사실을 저는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먹는 진주 냉면은 예전부터 내려온다기보단 하연옥에서 재해석한 냉면이라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만화 식객에 나오면서 진주냉면이 알려지게 되었다는데 허영만 작가는 음식점 인터뷰를 통해서 역사를 알게 되었을 테니 아마 많은 역사의 와전이 이뤄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하튼 뭐 음식은 맛있으면 되는 거니깐 먹는데, 부산에도 하연옥 분점으로 진주냉면이 생겼다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상호명을 아예 달리하고 영업하는 곳이 있어서 늘 뭐든 잘 모르는 일이다 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하튼 진주냉면의 원조라는 하연옥에 방문해서 냉면을 주문했습니다. 여름이 아닌데도 살얼음을 듬뿍 얹어서 서빙해주십니다. 진주냉면은 비빔냉면을 먹기보다는 이렇게 물냉면에 비빔소스가 올려진 게 원조의 형태라고 합니다. 저는 육전이 물에 잠기는 걸 안 좋아해서 비빔을 훨씬 더 선호합니다. 근데 차가운 거 좋아하고 국물 좋아하시는 분들은 요 원조라고 불리는 물냉면을 주문하기를 권해드립니다. 여름철에 이거 한 그릇 먹으면 더위가 가실 거 같습니다. 근데 언제 더워지죠? 요즘 맨날 추운 거 같습니다.
제가 주문한 건 비빔냉면입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육전이 꽤 올라가죠? 그리고 진주냉면의 특징은 기본 함흥냉면의 비빔냉면보다 양념이 훨씬 더 자극적입니다. 왜 이렇게 자극적이게 하는지 모르겠으나 훨씬 입에 착 감기게 만드는 것이 먹고 나면 입에 뭔가 남는 기분이 들어서 좀 부담스러웠습니다. 먹을 땐 진짜 맛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먹고 나면 좀 속이 거북한?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저랑 식사한 사람들 모두 그렇게 말을 하긴 했는데 육전이 들어가서 속이 든든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합니다. 근데 확실히 양념이 최고의 비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짜 단짠 맵을 재현해내는데 좀만 덜 달면 더 맛있을 거라는 제 생각입니다. 하연옥 본점은 냉면이지만 가격대가 좀 높은 편입니다. 다른 진주냉면집도 그럴 거 같은데 만원 정도였나? 언제부터 냉면이 가격이 이렇게 된 건지 참 그렇습니다. 하긴 평양냉면은 가격대가 더 올랐습니다. 제가 평양냉면 파였다가 요즘은 잘 안 먹게 된 이유가 된 거 같습니다. 메밀의 함량이라던가 그런 게 더 높아진 거면 괜찮은데 그게 아니고 고대로인데 가격만 높이면 더 맛이 별로라고 느껴지니깐 말입니다. 진주냉면은 평양냉면보다는 속을 더 든든하게 만들어줘서 좋긴 하지만 다 기호의 차이입니다. 생각보다 면의 양은 아주 많진 않고 적당해서 식사량이 많은 사람이라면 곱빼기로 먹어줘야 양이 맞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육전에다가 계란 다진 것도 올려주고 김자반에 오이랑 무생채까지 함께해주니 면과 씹었을 때 식감이 다양하니 좋습니다. 근데 양념이 워낙에 진해서 재료의 맛을 좀 가려주고 단맛이 좀 더 지배적인 맛으로 남은 거 같습니다. 그게 좀 아쉽습니다, 근데 함께 먹은 사람은 너무 맛있다고 다음에도 또 먹자는 걸 봐서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왜 많은지 알 수가 있었습니다. 진주가 멀어서 다시 갈진 모르겠지만 각 지역에도 육전 올린 냉면을 판매하는 곳이 많으니 먹어본 후 정말 당기면 진주냉면 하연옥 본점도 방문해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원래 여행은 먹는 게 반이니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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