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 사람이라 함흥냉면이나 평양냉면과 더 친숙하지만 부산에는 부산만의 밀면이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면이 다르기도 하고 양념이 다르기도 하고, 전 사실 호불호 강한 음식이 크게 없는데 그중 제일 불호인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밀면입니다. 처음 접한 건 8년 전인데요 그때 한약 맛 가득 나는 밀면을 먹고 너무 충격적으로 저한테는 맛없음을 느꼈습니다. 그때 엄마랑 둘이 먹었는데 우리 둘 다 이건 아니다 하고 한 젓가락씩 먹고 바로 나가서 근처에서 비빔밥 사 먹었던 거 같습니다. 다 음식은 취향이라서 밀면이 친숙하신 분들도 많을 거라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게 그런데 저는 한약재료 맛 밀면이 정말 까무러치게 싫습니다; 최근 제가 또 싫어하게 된 음식 중 하나가 대구에 양푼 갈비찜인가? 것도 엄마랑 먹었는데 밀면처럼 한약 맛 나서 정말 저는 밥에다가 상추에 콩나물만 먹다가 나왔던 기억이; 아무래도 처음 그곳만 그럴까 싶어서 유명한 곳 다 다녔습니다, 부산 밀면 유명한 곳 10곳은 다 돌아본 듯; 근데 그중에서 맛있는 곳 하나 없었습니다. 다 두세 젓가락 하고 끝이었습니다. 그래서 부산의 부다 밀면을 어렵게 찾아냈는데 지금 그 집은 평양냉면식으로만 하시고 밀면을 안 하셔서 결국 저의 밀면 맛집은 없습니다. 근데 부산 현지인 밀면 맛집이라고 연산동의 북청 밀면이 여기저기 SNS에서 보이길래 또 속는 셈 치고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밀면은 사골 등으로 우려낸 육수에 국수를 넣고 갖은 고명을 얹어 먹는 국수 요리로 부산에서 맛볼 수 있는 향토 음식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밀면 맛과 그때의 맛이 진짜 같을까 너무 궁금한 게 그 당시에도 그런 한약 약재를 많이 써서 육수랑 양념장을 썼을까요? 6·25 전쟁이 한창이었던 1950년대 초반에 북한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구호물품인 밀가루를 활용하여 냉면을 만들어 먹던 데서 유래하였다는데 말입니다. 본래 ‘밀 냉면’, ‘경상도 냉면’이라 불렸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밀면’으로 줄여 부르게 됐다고 합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부산의 향토음식으로 부상하면서, 부산시는 2009년 밀면을 지역의 대표 향토음식으로 선정한 부산의 대표음식입니다. 밀가루가 주재료인 밀면의 특성상 소화가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여 여기에 감초, 당귀, 계피 등의 한약 재료를 첨가한다고 하는데, 저는 한약 재료 때문에 더 소화가 덜된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밀면이라 영양가가 덜하니깐 기운 불어넣으려고 넣나 봐요, 제 입맛에 안 맞으니 제 잘못이죠 뭐, 음식은 잘못이 없습니다. 먹은 제가 잘못입니다ㅎㅎㅎ
워낙에 맛집답게 여름철이라 그런지 꽤 기다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가게는 단독 건물처럼 되어있는데 들어가면 앉을자리는 많지 않아서 그런 거 같습니다. 물밀면은 소자가 5천 원이고 비빔은 소자가 6천 원입니다. 물밀면에도 양념장이 들어있어서 섞으면 한약재 맛의 육수에 달콤한 양념장이 어우러집니다, 계란은 반쪽도 아니고 삶은 계란 1/4를 올렸고 오이랑 무를 올렸어요, 파송송 썰어서 색감이 살아납니다. 워낙에 인기가 많은 곳이라 그런지 제 테이블 외에 다른 테이블은 이 물밀면의 국물을 마구 들이켜면서 시원하다고 이맛이라고 하는데, 아마 저는 어릴 때부터 먹던 친숙한 맛이 아니라 그런가; 저는 한약도 오히려 잘 먹는데 이건 왜 저한테 어려울까요 생각합니다;
물밀면을 한입 먹자마자 아 여기도 똑같구나; 저는 밀면은 제 인생에 아닌 거 같습니다. 그래서 비빔밀면은 괜찮을까 싶어서 먹어봤는데 역시 여기도 어떤 양념 맛을 느끼기 전에도 제 입엔 한약재료만 한가득 넘어와서 진짜 죄송스러워서 세입까지 먹고 그만 먹었습니다; 온 국물하고 함께 나왔는데 이미 한약재로 제 입을 감싸 와서 뭘로 헹궈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계란은 양념이 안 묻어서 계란만 냉큼 먹고 무김치가 함께 나와서 그건 다 먹고 나왔습니다. 고기는 엄청 커다란데 기름기 없이 빡빡한 살코기로 되어있습니다. 밀면은 이번 생에 저랑은 친할 수 없는 음식인가 봅니다. 부다 밀면은 그냥 딱 맛있는 밀면이라서 정말 최고로 만족스러웠는데 다시 밀면 팔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이 이후로도 친구랑 부산 와서 또 밀면집 갔는데 친구 때문에 억지로 갔는데 역시나 전 난 아니구나; 한입 먹고 또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다른 부산음식들 다 괜찮고 입에 안 맞지만 한 그릇 못 먹고 그런 거 없는데요 밀면만큼은 안녕, 20그릇쯤 먹었으면 꽤나 노력했으니 보내줄 때도 됐나 봅니다. 밀면 마니아분들은 여기가 맛있다고 하시니 여행지랑 거리가 좀 있지만 면 마니아분들은 현지인들의 밀면 맛집에 한번 도전해볼 만한 거 같습니다; 저는 다른 음식 먹으러 바로 고고했습니다! 혹시 부다 밀면 말고도 한약재 맛 전혀 안나는 밀면집을 알고 있으면 덧글로 남겨주세요, 꼭 마지막으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근데 이게 향토 부산음식이니 그런 게 오히려 더 이색적인 밀면이겠죠? 저는 함흥냉면과 비빔국수로 저의 못 채운 면에 대한 사랑을 채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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